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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성 자   김선욱
제     목  기동전사건담 MS전기

인류가 우주로 진출하여 인공의 대지 위에서 살게 된 지도 어언 반 세기. 지구와 우주 정착지 사이에서는 다양한 알력과 갈등이 생겨나, 전쟁을 방불케 하는 긴장 상태가 조성되고 있었다. 그로부터 얼마 뒤인 우주세기 0079년, 스페이스 콜로니의 집합체인 사이드 3(드리)는 스스로 '지온 공국'이라 이름짓고 지구연방정부에 대하여 독립전쟁을 선포한다. 계속되는 평화에 취하여 태평무사하게 지내던 연방군은 이 도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인간 형태의 신병기 '모빌수트'(MS)로 무장한 공국군은 엄청난 기세로 선제공격을 감행, 연방에 엄청난 피해를 입힌다. 이런 시대를 배경으로, 수많은 이름모를 전사들이 전쟁터에 나가서 허무하게 사라져 간다. 그들 중 한 명인 지온의 십대 소년 프레데릭 브라운은 혹독한 훈련을 거친 끝에 MS파일럿으로 임명되어 출격하는데...

코단샤에서 발행하는 어린이용 오락잡지 <코믹봄봄>에서 1984년 11월호부터 1985년 2월호에 걸쳐 연재된 콘도 카즈히사의 건담 외전 코믹스. 당시 유행하던 건프라 붐에 편승하여 발표된 기획상품으로, <프라모 쿄시로>의 원작자인 크라프트 단이 플래닝을 맡고, 나중에 <건담 센티넬>에도 참가하는 타카하시 마사야가 스토리 구성을 담당했다. 이 작품은 본격적인 건담 외전의 시조(始祖)인 동시에, 콘도 본인에게도 최초의 건담 코믹화 작품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전에도 반다이의 MSV를 바탕으로 '건담' 애니메이션 본편에서 그려지지 않은 전쟁의 이면을 그려낸다는 기획은 존재했으나, 대부분 디오라마 사진이나 일러스트에 약간의 텍스트를 곁들인 1회성 삽화에 지나지 않았고, 특정한 주인공을 내세워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를 다루는 외전으로 만들어진 것은 이 작품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본편의 주역인 연방군을 철저히 외부의 적으로 돌리고 악역으로 묘사되었던 지온 공국군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역전의 발상 또한 이 작품의 매력을 한껏 높이는 요소로 기능하고 있다. 외전의 개념 자체가 정립되지 않았던 시기에 나왔기 때문에 비교적 상업적인 고려에 얽매이지 않고 순수하게 밀리터리 전쟁물을 그려낼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라 할 수 있겠다. (요즘은 건담 외전 하나 만들려고 하면 반드시 설정 밸런스를 깨는 신형 기체나 유저의 흥미를 끌 만한 미소녀 캐릭터가 따라붙지 않으면 안 되는지라 오히려 자유도는 훨씬 낮아졌다고 생각한다.) 그런 뜻에서, 이 작품은 비록 만화 그 자체만으로 놓고 보면 그저그런 수준이지만 건담 프랜차이즈 역사상에서는 의외로 굉장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어린이 잡지에 연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병사를 '학살자'로서 가감 없이 그려냈다는 점도 흥미깊다. (그때만 해도 아직 오타쿠라고 불리는 계층은 제 모습을 갖추기 전이었고 어린이용 대중문화의 분화가 그다지 진행되지 않았던 때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지온의 신병 프레데릭 브라운의 시점으로 1년전쟁의 다양한 전장을 그려내는 것이 주된 내용인데, 브라운의 개인적인 성장과 더불어 지온의 대공세와 연방의 반격(특히 전설의 '흰둥이' RX-78이 등장하여 벌이는 깽판)으로 점철된 1년전쟁의 커다란 흐름을 무리 없이 잡아내고 있어서 퍼스트 건담 팬에게는 상당히 익숙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MS를 비롯한 메카 묘사는 작가가 보여주는 특유의 디테일로 인해 다소 난잡하고 눈이 피곤하지만, 다행히 이 작가의 요즘 그림과는 달리 쓸데없는 데포르메가 들어가지 않고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으로 다들 등장하기 때문에 크게 눈에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다. (대략의 스타일이 궁금하신 분은 '애들만화에 불타올라보자!' MS전기 편[ http://www5d.biglobe.ne.jp/~t-suzuki/vol.11/ms_senki.htm ]을 참조하시라.)

이야기는 브라운이 그라나다 훈련학교에 입학하는 데서부터 시작하여 독가스 살포와 브리티쉬 작전, 루움 전투, 오데사 전투, 쟈브로 공방전으로 계속 연결되면서 졸병이었던 브라운이 후임병을 거느린 어엿한 하사관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탑승하는 MS도 자쿠II에서 돔으로 클래스 업. 원래 최종장으로 그려질 예정이었던 아 바오아 쿠 전투 부분이 갑작스런 연재종료를 맞이하여 취소되는 바람에 겔구그에 탑승하는 장면은 없다.) 중간중간에 템 레이(뒷모습만)라던가 연방의 흰둥이(열심히 싸우는 모습만)라던가 검은 삼연성(대사 몇마디)같은 유명한 아이콘들이 슬금슬금 등장해서 퍼스트건담 팬의 흥미를 돋우기도 한다.

아무래도 실제 전쟁보다는 흥미 위주의 무용담에 경도된 밀리터리 팬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다 보니 다소 의문스럽게 여겨지는 부분도 있다. (특히나 브리티쉬 작전의 일환으로 독가스 투입에 동원된 신참 브라운이 '사람이 안에 있는데도 가스를 쓰다니!'하고 쇼크를 받지만 몇 장면 뒤에서 '이게 전쟁이고 나는 병사로구나'라는 식으로 납득해버리는 전개는 상당히 짜증이 난다. 하긴 그때 너무 갈등이 심해서 때려치웠다면 만화가 전개가 안 되겠지만서도...;;;) 하지만 후반에 가서 믿음직한 상관인 벌크 대위가 죽고 그 후임으로 온 게이츠 대위가 병사의 생명보다 MS나 전공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대체 뭔가? 우리가 싸우는 건 무엇 때문인가?'라고 고민하기 시작하는 브라운의 모습은 충분히 눈여겨볼만하다.

열받은 브라운은 '우리가 싸우는 건 밥맛없는 게이츠녀석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온의 큰 뜻을 위해서잖아!'라며 무작정 달려나가지만 연방군의 토치카에 걸려 피격당할 위기에 처한다. 바로 그때 브라운의 선배이자 스승이라 할 수 있는 하운즈만 상사가 자기 목숨을 희생하여 그를 구한다. '눈 앞의 적도 무섭지만 정말로 무서운 것은 자기 마음속의 증오에 휘말려 사람을 죽이는 거다. [...] 정말로 타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적은 자기 편 가운데에 있는 걸지도 몰라...'라는 뼈 있는 말을 남기고. 절망한 브라운은 탈출을 시도하다 막다른 골목에 몰리지만, 운 좋게도 2차 강하부대의 코무사이 비행정과 합류하여 우주로 돌아간다. 곧이어 나온 에필로그에서는 파괴된 겔구그의 잔해와 함께 '브라운의 안부에 대한 기록은 미확인'이라는 해설이 깔리며 이야기는 허무하게 막을 내린다.

만약 후반의 아 바오아 쿠 전투가 제대로 그려졌더라면 이러한 클라이막스를 발판으로 더욱 더 성장한 브라운의 이야기가 펼쳐질 수도 있었을 텐데, 실현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콘도 본인도 같은 심정이었는지 이후 계속적으로 발표한 1회성 외전 코믹들에서 '브라운' 혹은 '프레데릭 폰 브라운'이라는 캐릭터를 자주 등장시킨다. 다만 이쪽은 애니메이션 쪽 '건담 시리즈'의 설정과 크게 어긋나는 것이 많고, 어디까지나 콘도 독자의 패러렐 월드라는 성격이 강해서 동일인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심지어는 콘도 외전들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브라운'들 사이에도 서로 설정이 안 맞는 경우도 있다! 혹시 콘도월드의 지온군 내부에서는 대장급 인사들이 전부 '브라운'이란 이름으로 개명하는 전통이라도 있는 건가?;;;)

위에서도 말했듯이 만화로서의 재미는 보통 수준이고 건담 팬이나 밀리터리 팬이 아닌 사람에겐 흥미를 돋울만한 요소가 극히 적다는 것이 약점이지만, 반대로 건담의 세계를 친근하게 여기고 새로운 이야기에 굶주린 사람에게는 꽤 즐길만한 선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단행본은 1986년 코단샤의 KC코믹스 시리즈로 나온 이래, 1988년 반다이의 B클럽 코믹스로 재간행되었고, 이후 콘도가 퍼스트 건담을 자기식으로 해석한 <기동전사 건담 0079>를 발표하면서 그 외전 격으로 재조명되어, 미디어웍스의 전격코믹스 시리즈로 다시 발매되었다. 따라서 팬들 사이에서의 지명도는 꽤 높은 편이고, 현재도 구하려고 하면 충분히 구할 수는 있다.

단행본 구입에 도움을 주신 maison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


PS1. 위에 말한 콘도의 건담관련 단편들은 역시 미디어웍스에서 '신 MS전기'라는 제목으로 펴낸 바 있으나, 이쪽은 전혀 관계없는 스토리들을 하나로 묶어낸 것이고, MS전기와도 직접적인 상관은 없으니 주의.

PS2. 검은 삼연성의 출연장면은 akachan님의 소개글[ http://kori2sal.egloos.com/1257449 ]을 보면 대충 어떤 분위기인지 알 수가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후 콘도판 퍼스트건담 스토리라 할 수 있는 '건담 0079'에서도 이 장면이 리메이크되어 삽입된다는 점인데, 캐릭터들이 지껄이는 대사나 전반적인 분위기가 180도 다르다. MS전기 때에는 가이아가 "이게 신형MS 돔이다. 파워가 굉장하지. 한번 타 볼래? 그래, 자네도 잘 싸우게." 요런 식으로 무지 태평하게 노가리 까는 분위긴데, 건담 0079에서는 "꼬마야, 전장은 어떻게 돌아갈지 모르는 거다. 아무리 큰 공을 세워도 죽으면 다 소용없는 거야. 이점을 명심해." 이렇게 살벌한 대사를 하며 겁을 주고 브라운의 표정도 그리 밝지만은 않은 것으로 연출된다. 세월의 변화와 함께 작가 자신(혹은 건담 프랜차이즈 전반)도 성숙했다는 증거를 보여주고 싶었던 건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자기가 자기 만화에 오마주를 바치다니 이 콘도란 인간도 꽤나 장난을 좋아하는 것 같다.;;;

PS3. 프레데릭 브라운의 생사는 이후 타카하시 마사야 본인이 모델그래픽스의 모 무크본에 발표한 단편소설에서 밝혀진다. 다만 실제로 브라운이 등장하지는 않고 그의 동료였(다고 주장하)던 인물이 '브라운은 살아있다'고 언급하는 정도로 끝나기 때문에 브라운의 팬들(있긴 있나?)에게는 다소 서운할지도... (그런 주제에 제목에는 'MS전기 외전'이란 부제가 붙어있고 일러스트도 콘도가 그려줘서 그야말로 내용 모르는 사람이 보면 완벽한 낚시질...-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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