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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성 자   김선욱
홈페이지  http://zambony.egloos.com/
제     목  기동전사 건담 AGE 제1화 '구세주 건담'

-건담인포 공식채널에 올라온 자막판 영상으로 감상. 합법적인 루트를 통해 자막처리된 건담 애니메이션을 거의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게 되다니 역시 세상은 오래살고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도 따지고 보면 한국시장에서의 건프라 판촉을 위한 반다이의 원대한 계산이 깔려있는 이벤트인 셈이니 그동안 반다이의 매상을 올려줘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일조한 모델러 여러분과 스트리밍으로도 큰 불편 없이 (TV보다는 약간 떨어지는 수준이지만 그럭저럭 참고 볼 만한)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게 인프라를 구축해낸 IT업계 여러분께 감사드려야 할 일이다. 이대로 전부 다 방영하게 될지 아니면 홍보 삼아 초반 몇화만 보여주고 나머지는 다른 채널로 돌릴지 알 수 없지만 여러모로 재미있는 사실임에는 틀림이 없다.

-홀로 사는 소년 주인공이 잡동사니로 가득한 방에서 잠을 깨어 정성 지극한 소꿉친구와 하로를 동반하여 외출하는 도입부나 주인공이 사는 콜로니에 적이 기습하여 소란이 일어나고 그 와중에 주인공이 자기 부모의 영향 하에 개발된 건담을 기동하여 적을 어렵게 무찌른다는 클라이막스는 명백히 퍼스트 건담 1화를 의식한 구성이지만, 디테일은 여러 가지 면에서 크게 다르다. 특히 여기의 주인공 플리트는 적에 대한 깊은 원한을 품고 (모친을 죽인 철천지 원수이니 그럴 만도 하지) 건담 개발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으며 (단순한 기계오덕이 아니라 거의 천재 레벨) 주변의 어른들에게도 예의 따위 무시하고 고압적으로 대하는 안하무인스러운 면도 있다. (원래 알던 사람들이야 뭐 그러려니 하고 봐주지만 솔직히 저러다가 뺨맞아도 할 말 없다 싶은 상황도 많을 것 같은데) 이런 면에서는 퍼스트 건담의 아무로보다는 보다 적극적이고 물불 안 가리는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주변 어른들이 너무 오냐오냐해서 더 그런 면이 두드러지는 것 같기도 하지만 뭐 아무로처럼 주변에서 무시만 당하여 혼자 토라지는 것보다는 덜 답답하려나.

-정성들여 만들기는 했는데 뭔가 한 번에 딱 시선을 사로잡는 임팩트가 부족한 1화라서 앞으로의 행보가 좀 불안하기도 하다. 세계관 풀어놓고 인물들 소개하고 전투 한자락 보여주는 데 러닝타임을 다 소비한 터라 그 이상 뭔가를 할 여유가 없긴 했다만 좀더 장면장면을 짧게 축약하여 속도감을 높이고 전투에 들어간 부분에서 팍 터뜨리는 식으로 갔으면 더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하긴 아동 시청자의 인식 속도를 생각한다면 너무 속도감 나는 편집도 문제가 있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제로 나온 1화가 아동들이 알기 쉽게 모든 것을 다 설명해줬는가 하면 그것도 좀 아닌 듯하다. 하다못해 예고편에서 사용된 시대배경 나레이션이라도 넣었으면 모르겠는데 그것도 없이 다짜고짜 스토리 속으로 진입해서 콜로니 내부 달랑 보여주면 건담 팬에게는 알기 쉬울지 몰라도 진짜 건담 생전 처음보는 애들에겐 당혹감을 줄 가능성이 더 클 것 같은데 말이지. 일단 1화만으로는 그야말로 프롤로그에 불과한 느낌이라서 좀 더 확실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2화까지 봐야 할 것 같다. AGE시스템의 기능이 뭔지, 이번의 건담이 기존의 건담들과 대체 뭐가 다른건지도 1화만 봐서는 전혀 안 나오거든.

-이하는 장면장면에 대한 태클 몇 가지:

*고향이 쑥대밭되고 어머니 잃은 후 UE 기체와 맞닥뜨린 어린 플리트... 저 상황에서라면 척살당하거나 유폭에 말려들었어도 이상하지 않은 시추에이션인데 대체 어떻게 살아남은 거야?

*아스노 가문은 과거 전쟁 때 숱한 명작 MS를 생산했단다... 이건 뭐 애너하임도 아니고

*14년 동안이나 적을 한대도 쓰러뜨리지 못하고 정체도 밝혀내지 못했다니 연방군이 바보인건지 정부가 뭔가 은폐하고 있었던건지 여러모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기밀유지를 위해 격추된 아군기도 사정없이 날려버리는 UE 대장기의 태도를 보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14년이나 지났으면 하다못해 이놈들이 어느 방향에서 날아오는지 추적이라도 할 수 있었을 거 아녀?!

*UE 기체가 왠지 드래곤스러운 형태로 변하여 쉭쉭 날아다니는 거 보고 떠오른 건 팬저드래군 혹은 에스카플로네(...) 뭐가 뭘 베꼈다는 소린 아니고 그냥 느낌이 그렇다는 거. 왠지 후반에 가서 UE기체를 포획하여 비슷한 변형 시스템 탑재한 건담을 만들어낸다면 진짜 웃길 것 같다.

*UE의 기습 패턴을 분석하여 '다음 표적은 여기인지도 모른다'고 밝혀낸 플리트... 그 노력은 가상하지만 그런 거라면 사령관이나 방위대 관계자에게 말해야지 학교 선생님에게 다짜고짜 말해서 뭘 어쩌겠다는 건데? 자기 분야에서는 천재인지는 몰라도 현실감각이 상당히 떨어지는 거 아닌가 싶은... (그냥 평범한 양민이면 몰라도 너 사령관하고 아는 사이잖아 이놈아!)

*명색이 우주시대에 사는 녀석이 계산결과를 무식하게 커다란 모조지 차트(...)에 적어서 들고 오는 것도 좀 우습긴 하지만 이건 디스플레이 기기가 좀 비싸서 못 샀다거나 이놈이 아날로그 취향이라 그런 거거나 하는 식으로 이해해주...지 못하겠다! 싸우자 선라이즈! (...)

*전투상황을 앞에 두고 갑자기 숨이 가빠지는 그로덱 아저씨. 뭔가 트라우마라도 있나.

*'에밀리는 굳이 따라오지 않아도 되는데'라니... 바깥이 어찌될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집에 가는 것보다 군기지+주인공 근처에 계속 붙어있는 게 안전한데 그걸 모른단 말야? 어떤 면에서는 진짜 플리트보다 에밀리가 더 현명한 듯.

*라간! 라간...! 아아아아ㅏㅗㅜㅢ으흐어허흐응오이ㅜㅏ (피눈물)

*건담이 기동하는 순간 눈을 빛내며 그 자리에 서서 주절주절하는 에밀리, 발가스, 경비병 여러분... 여보셔! 눈앞에서 전투 벌어진다니까! 불꽃 튀고 파편 날라온다니까! 감탄할 시간 있으면 대피 좀 해라!

*'굉장해! 버텨냈어!' ...네가 만든 거잖아! 네가 가장 잘 안다며!

*퍼스트 건담처럼 빔사벨...이 아니라 빔단검 꺼내들고 적의 가슴을 쑤시고 쑤시고 쑤시고 쑤셔서 겨우겨우 승리한 플리트. 으으음 첫 전투라는 점에선 사실 이쪽이 좀더 리얼하게 보이긴 하는데 거대로봇다운 호쾌함은 영 모자라네. 어쨌거나 이 기술을 기념하여 '빔 쑤시기'라는 이름을 붙이겠노라. (그런거 붙여서 뭐하게!)

*플리트가 한대 쓰러뜨리니 샤샤샥 건담 스캔하고 알아서 물러가는 나머지 2대. 구경하던 관계자들 모두 다 알아서 감탄하고 사령관은 이 상황을 '우리의 첫 승리'라고 자화자찬까지 한다. 그런데 솔직히 그렇게 좋아할 일이던가? 적이 전략상 후퇴해서 그 정도로 끝난 거고 사실 전투가 완전히 끝난 건지도 모르는 상황인데(게다가 실제로 그 뒤에 다른 루트로 역공까지 하고) 그점은 전혀 생각 안 한 채 이겼다고 좋아하는 거 보고 '아이고 14년 동안 얼마나 승리에 굶주렸으면 저렇게 이성이 마비되냐 그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주인공이야 초딩이니 그렇다 쳐도 판단력 멀쩡한 어른들까지 저래 버리면 힘빠진다고.

*오프닝 엔딩은 과히 나쁘지도 않지만 귀에 착착 감길 정도로 흡입력이 느껴지지도 않아서 좀더 들어보며 어느 정도로 중독성이 있나 살펴봐야 할 듯. 그나저나 엔딩에서 플리트가 바이저 내릴 때 보라머리 처자 얼굴이 비치는 건 무언가 향후 전개에 대한 암시인가? 에밀리는 생긴건 프라우지만 아무래도 포지션 면에서는 화 유이리 마크2가 될 가능성도 있으니 잉여가 될 염려는 안 하지만 뭐 그건 나중 일이고.

*디케... '나는 어딜 가도 조연이오'라고 써붙인 듯한 생김새의 주먹코 조연이 건담에 나온 것도 참 오랜만인 것 같네. (턴에이도 이런 경향이 있긴 했지만 이 정도로 카툰스럽지는 않았지) 아무리 봐도 하야토 코바야시 마크2의 싹이 보이는데 이 예상을 깨고 중반부에 당당한 라이벌이 되거나 주인공 뒤통수 치고 악역으로 변신한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뿜길 것 같단 말이지. (자붕글이면 그것도 가능할지 모르지만 이건 건담이라고!)

*자막은 대사에만 붙고 노래가사나 에피소드 타이틀 등에는 붙지 않으니 참고할 것. 다 끝난 뒤에는 프라모델 선전이 따라 나오는데, 구입은 안 하더라도 영상을 보여준 반다이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끝까지 보는 게 예의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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