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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성 자   김선욱
제     목  건오타 그녀 (한국어판) 제1권

-원제: 건오타인 여자[ガンオタの女]
-저자: 사비시 우로아키[左菱虚秋]
-역자: 김정규
-출판사: AK커뮤니케이션즈(2010년 6월)

즘 물산의 민완 영업사원으로서 만인의 동경과 선망을 한몸에 받고 있는 미모의 커리어우먼 가노타 우츠키. 그러나 사실 그녀의 정체는 샤아 아즈나블에 대한 광적인 사랑과 팬심으로 가득한 건오타(건담 오타쿠)였다! 그러한 취향 때문에 학교에서도 따돌림을 당하고 남자친구도 제대로 사귀지 못하는 뼈아픈 어린시절을 보낸 그녀는 대학졸업 후 도쿄로 상경하여 추한 과거를 숨기고 평범한 OL로서 멋진 사회생활을 보내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때때로 불거져 나오는 옛날 버릇과 샤아에 대한 집착 때문에 그녀의 결심은 심심치 않게 위기에 빠진다. 게다가 좋아하는 직장동료 키시리 군이 심각한 건담 혐오증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가노타의 절망은 더욱 깊어가는데...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의 등장인물과 설정을 바탕으로 한 패러디 만화. 카도카와에서 발행하는 만화잡지 <건담 에이스>에서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전 27화에 걸쳐 연재한 작품으로, 본래는 <건담 에이스> 2006년 11월 증간호에 실린 1회성 단편을 장편화한 것이다. 모태가 된 단편은 연재판과 주인공의 이름에 사용된 한자나 사소한 설정이 미묘하게 다르지만 단행본에는 수록되지 않았다. 작가인 사비시 우로아키는 프로데뷔한지 얼마 안 되기 때문에 상세한 프로필은 불명. 필명의 영문자(Sabishi Uroaki)를 역순으로 읽으면 '이시바시 카오루(Ishibashi Kaoru)'가 되지만, 본명이 진짜로 이러한지는 알 수 없다. 2007년부터 2009년에 걸쳐 단행본 전3권으로 마무리되었으며, 이번에 AK에서 정식한국어판이 발매되기에 이르렀다.

이 작품의 특징은 현대 일본을 무대로 삼아 건담 팬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생활 시트콤이라는 점이다. 기존의 건담 관련 만화는 작중 세계를 무대로 한 외전에서 캐릭터만 빌어 온 완전 패러디까지 다양한 부류가 존재하지만, 건담의 캐릭터나 설정을 은근슬쩍 가져와서 현대물로 재구축한 케이스는 공식적으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사회와 별다를 것이 없는 물리적, 현실적인 제약 아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도 주요인물의 특징이나 성격, 그들이 속한 조직과 수행하는 역할 등은 절묘하게 건담의 설정을 차용하여 그 속에 녹여넣는 흥미로운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1979년 탄생 이래 수많은 애호가를 양산하면서 일본을 대표하는 문화장르 중 하나로 자리잡긴 했지만, 여전히 일반적인 시선으로 보면 '가까이하기엔 너무 어려운 고전'이나 '아는 놈들만 아는 매니악한 물건'을 벗어나지 못하는 건담인 만큼, 어른이 되어서도 취미로 건담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과연 어느 정도까지 자기의 취향을 드러낼 것인가'라는 것이 상당히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작품은 바로 그러한 고민을 출발점으로 삼아 중증의 건오타인 주인공(이름마저도 '가노타')이 사회적 명성과 대인관계를 의식하여 자기의 취향을 억누르려고 하면서도 주위 영향에 민감한 성격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건오타스러움을 드러낼 뻔 하는 소동을 그림으로써 폭소를 자아낸다. (가노타는 곧 그런 상황을 인식하고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런 시도가 점점 더 상황을 악화시킨다.)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퍼스트 건담, 그 중에서도 특히 지온공국 쪽을 베이스로 하여 각색된 캐릭터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주연급 인물의 경우는 몇몇 예외를 빼고는 본래 인물과 성별이 반전되어 있다. 겉보기에는 빈틈없지만 사실은 마음약한 좌충우돌 주인공 가노타는 샤아 아즈나블, 그녀를 라이벌로 생각하고 혼자 질투심을 불태우는 마카베[真壁]는 마 쿠베, 같은 건오타 동지로서 도움을 주고받는 아오이(靑)전기 사장 난바 나루[難波奈留]는 란바 랄, 연애상대이지만 계속해서 엇나가기만 하는 동료 키시리 아사히[岸理旭]는 키시리아 자비를 패러디한 인물이다. 1권 마지막에는 라라아 슨에서 따온 신캐릭터 '아소 라라[麻生ララ]'가 등장하여 극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 원전의 다소곳하고 미스터리어스한 초능력처녀 라라아와는 정반대로 성질 고약한 초딩 격투소녀라는 경천동지할 설정으로 환골탈태한 라라는 어린이다운 순진함과 과격함으로 가노타의 메마른 일상을 왁자지껄하게 바꿔나가는 청량제로 작용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작품은 건담 오타쿠가 현실에서 살아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생활만화인 동시에 퍼스트 건담의 인물구도를 끌어와 별개의 드라마를 전개하는 건담 패러디 만화이기도 하다. 본래 출발 당시에는 전자의 성향이 강했으나 연재가 진행될수록 새로운 인물들이 추가되면서 후자의 성격이 더 짙어지기 때문에, 독자가 건담에 대해서 어느 정도로 익숙한지에 따라 호오가 갈릴 가능성도 있다. 당연히 극중에서 제시되는 각종 대사, 상황, 소품 등도 퍼스트 건담에서 의도적으로 빌어온 것이 많기에, 겉핥기로나마 원전을 알고서 보는 편이 훨씬 더 재미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일부 장면에서 <건담 W>이나 <건담 SEED> 관련 꺼리를 활용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포커스는 명백히 퍼스트 쪽에 맞춰져 있다.)

한국어판의 번역은 전체적으로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으나, 구매자층을 이미 건담에 익숙한 독자들로 맞춘 탓인지 각주 등은 아주 전문적인 내용에 한정하여 꼭 필요한 것만 들어가 있는 점이 아쉽다. (띠지의 '믿는 사람 콘스콘'이란 광고문구를 보니 아무리 생각해도 일반 독자를 상정하고 기획한 것 같지는 않다.) 권말부록인 설정자료나 작가 코멘트를 충실히 옮겨준 점은 플러스 요소라 할 만하나, 2권 이후로는 더욱 매니악한 개그가 터지는 만큼 각주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는 편이 바람직할 것 같다. AK는 이 작품과 더불어 <건담 에이스>에서 연재된 개그작품 2종을 더 낼 예정이라 하니, 원전에 해당하는 퍼스트 건담을 부천영화제에서 감상한 뒤에 느긋하게 즐기는 것도 괜찮을 듯.

리뷰할 기회를 제공해 주신 AK 편집부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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